이 곳은 마스터 퍼퓨머 윤숲(YoonSoup)이 매월 새로운 향을 창작해서 선보이는 아카이브 공간입니다.
일상 속에서 떠오르는 영감을 기반으로 향을 만듦으로써 좀 더 다양하고 도전적인 향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입니다
Master Perfumer YoonSoup
[ 2024년 1월 - 고창읍성 소나무숲길향 ]
유년시절 놀이터였던 고창읍성. 세월을 가늠할 수 없는 노송들이 숲을 이룬 곳을 거닐 때면, 머릿 속까지 청량함을 끌어내는 소나무 향기가 보드라운 흙내음과 함께 나를 반겨준다. 야생화의 맑고 투명한 향과 알싸하고 청량한 소나무향, 촉촉한 흙내음 머금은 패츌리향 그리고 묵직하면서도 깊은 노송의 바디감 있는 나무향취를 표현했다.
[ 2024년 2월 - 응시, 관찰 그리고 마주하기 ]
모든 색을 담고 있는 블랙 컬러톤의 두 작가의 전시에 영감을 받아 향을 만들어보았다. 서로 다른 존재이지만 차별이 없는 가장 맑고 순수한 향을 나타내는 뮤게향을 중심으로 편안하고 따뜻하게 감싸 안으면서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담백하고 부드러운 나무향과 옷자락에 스치는 기분좋은 소프트 머스크향으로 마무리했다.
[ 2024년 3월 - La lumière ]
'파도가 부서지는 날, 우리는 그 뒤의 빛을 보게 될 거예요' 라는 작가님의 말에 블루인옐로우 컬러와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맑고 투명하고 촉촉한 뮤게향과 '바다의 이슬'이라는 이름을 가진 알싸하고 청량한 허브노트인 로즈마리향을 살짝 터치하고 스파클링하게 부서지는 파도향을 표현하기 위해 라임과 시트론을 가미했다.
[ 2024년 4월 - 라일락 향기는 바람을 타고 ]
봄은 꽃의 계절이다. 봄을 알리는 꽃들은 많지만, 유독 이 라일락 향기를 맡으면 나의 유년시절 할아버지 정원이 생각이 난다. 따스한 햇볕에 온 몸이 나른해지는 계절에 살랑거리는 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질이던 가슴 설레는 보랏빛 향기. 맑고 보송보송한 이 기분 좋은 향기는 존재감을 뿜어냈다. 단단하면서도 맑고 청아한 꽃망울과 실키하면서도 부드럽게 올라오는 파우더리함까지 놓치지 않고 재현해보았다.
[ 2024년 5월 - Sun Touch ]
태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항할 수 없는 무언가를 마주한 기분이다. 어느 날인가 대지를 감싸는 듯한 이 빛을 바라본 적이 있다. 엄청난 에너지처럼 느껴졌던 태양이 이 날만큼은 이불로 감싸 안는 듯 세상을 따뜻하게 터치하고 있었다. 태양의 찬란한 골드빛 존재감은 그대로였지만, 포근히 감싸인 듯한 이 기분을 향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태양을 닮은 옐로우 컬러의 일랑일랑꽃과 약간의 화이트플로럴 터치, 태양의 은은한 빛 때문에 맑고 조금은 드라이한 공기의 냄새, 차분히 올라오는 부드러운 대지의 흙내음까지 표현해보았다.